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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말하기 2017. 9. 7. 22:25

음 이건 어때?

"제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레이디?"


무척이나 통기성이 잘되고 열과 냉기에 보호를 잘해줄 것만 같은 질기고 유연해보이는 느낌이 나는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이 점점 다가온다.

////화아끈////


어딜 봐도 시꺼멓게 생긴 녀석이 가까이 올수록 숨은 가빠지고 머리는 어질어질 눈앞도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물속으로 다이빙해서는 거품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리는 나.


"이런 이런~ 부끄럼쟁이 공주님이신가 보군요."


'심장이 평소보다 4배는 더 빨리 뛰고 있어.'


시간은 늘여졌는지 바닷속 동굴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고,


도착하고 나서는 어떻게 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어두침침해야 할 바닷속 동굴은 황금색 자태를 지닌 십자가 모양의 인공물에서 나오는 빛과

심장 고동 소리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분명 나한테 매혹을 건 걸 거야.'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걸 인정하지 않은채 숨을 고르려 하지만.


가슴의 두근거림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어서 옆에 있는 기다란 막대 같은걸 붙잡은 순간!

귓가에 파열음이 들렸다. 

'콰직'


이곳은 위험한 물건들이 잔뜩 있는 곳.


자신이 지키는 보물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 {파멸의 창}

그것에 손대고 말았다.



거대한 균열이 생겨날 리 없는 물속에 그 어떤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완벽한 어둠이 자리잡았고,


너무나도 소름 끼치게 조용한 그곳에서 스르륵 빠져나오듯이 새하얗고 붉은 어린 소녀가 밀려 나왔다.


천천히 눈을 뜬 그 소녀는 물었다.

"언니는 누구야?"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놀란 것도 있었고 아직 제정신이 아닌 것도 있었으니까..

거기다 위험한 존재를 세상에 풀어놔 버렸다.


이것은 정말로 너무나도 위험한 상태.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

대답할 것이냐, 제압할 것이냐.


대답하기로 했다.


"나는 이곳을 지키는 파수꾼."


"흐음~ 그렇구나~"


"그것 말고 더 할 말은 없어?"


"없다."

냉철해 보이지만 쓸데없이 알려준 조그마한 정보조차도 독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는 잊지 않고 있었다.


"말이 짧네. 분명 나보다 더 어릴 텐데."


무시무시한 위압감.


어려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저 존재는 까마득히도 긴 시간을 살아왔을 것이다.

시간조차도 일그러트릴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라고 들었으니까.


위압감에 짜부라질 것만 같다.

그런데도 태연한 척 연기를 한다.


"자신의 나이부터 말하시지?"


"그렇네~ 내 나이는 지금부터 107살로 할까?"


'나이를 자기 맘대로 정하다니..'


"그럼~ 이제 언니 나이는 몇 살이야?"

"내 나이는."


"나이는?"

조금 뜸을 들이니 다시 묻는 귀여운 소녀.


"비..밀이다."


"....."

"언니."

"내가 원한다면 억지로 알아내는 방법도 있는데 말이야? 끔찍한 게 좋아? 편한 게 좋아? 그냥 말하는 게 좋아?"

웃는 표정이지만 그 말 속에는 고통과 파괴와 자비가 공존하고 있었다.


"...아직 129살밖에 안 먹었다."


"헤에~ 그럼 나보다 언니네?"


'이미.. 내 나이를 알고서 더 적게 말한 주제에..'


"응~ 이제부터 뭐하며 놀까?"

"그래! 여기에 있는 보물들로 놀아볼까?"


세상을 파멸시킬 작정이다.


건드려서는 안 될 것들이 잔뜩 존재하는 이곳에 보물로 장난치겠다는 건 세상을 파멸시키겠다는 소리로 밖엔 안 들린다.


"그건.. 안돼."


"응~? 왜 안 되지?"


"치우기 귀찮거든."

그럴싸한 변명이다.


"그래~? 그럼~ 언니한테 미움 안 받으려면 다른 거로 놀아야겠네~? 그치?"


"...."

이미 내 마음따윈 전부 꿰뚫어 보고 있는 소녀.

도대체 이 괴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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