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중을 듣는 날
도망치고
도망을 다녔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부스럭' 깜짝! 그 자리를 도망가고
개울가를 건너려다가 발에 닿는 차가운 물의 감촉에 '죽는다?'
발톱만 잠길 정도의 물이 무서워 또 도망치고 말았다.
어른들이 무서워 도망쳤고
뭣 때문에 놀란지도 모른채 도망쳤다.
그렇게 계속 도망다니느라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힘이 든채로 집으로 도망쳐 왔다.
어머니가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려는 입속의 이빨이 무서워 도망치려다가
"동작 그만!"
깜짝 놀라 이번엔 얼어붙었다.
뭐 이미 도망 칠 수 없도록 굴의 입구는 어느샌가 덩굴로 막혀버렸지만 말이다.
"얘야 세상은 그렇게 도망만 다닌다고 도망 칠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너에겐 발톱도 있고, 이빨도 있으며 나중엔 환술과 마법도 부릴 수 있는 구미호란다."
"지금은 아직 연약하고 작고 어리기만한 여우에 불과하지만"
"그런 널 세상은 무섭게 굴고 위험해 보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얘야. 무서운것만 보면 무서울뿐인 세상이지만,"
"좋은 것만 본다면 무서운 것조차 이겨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 있는 곳이 또 이세계란다."
"너에겐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무궁무진하고,"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지."
"무서운건 그 순간엔 무서울지 몰라도"
"즐겁고 기쁜 것을 만나면 그것은 너에게 평생을 간단다."
"고통,우울,좌절,절망. 전부 안좋은 감정 들이지."
"그렇지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너이기에"
"너는 또다시 기쁨,즐거움,행복,환한 미소를 가질 수도 있는거란다."
"그러니 이제 도망칠 필요없단다."
"너는 아직 어리고, 친구들이 있으며 기댈 수 있는 엄마와 아빠가 있으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말으렴."
"이 엄마는 너에게 용기를 듬뿍주고, 아빠는 널 강하게 만들어 줄테니"
"너는 지금은 무서워 하더라도 조금만 더 자라면 그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을거야."
"너에겐 이 엄마,아빠, 친구. 그리고 나중에 가면 예쁜 부인과 아들 딸이 생길테니"
"그때가 되면 지금의 무섭고 벌벌 떨던 기억은 추억이 되겠지."
"조금만 참아보렴. 살짝 배가고프다고 굶어죽진 않는단다."
"조금 무섭다고 그것이 진짜 무서움이 아니란걸 깨닫게 된단다."
"너는 분명 이겨낼 수 있을거야."
"왜냐하면 내가 믿으니까."
"진심으로 널 믿는단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내 품 안에서 떨어도 괜찮단다."
"한숨 자고 나면 언제 무서운게 있었냐는듯이 다시 건강하고 씩씩해 질테니까."
"그러면 좋은 꿈 꾸렴."
"나의 귀엽고 씩씩한 아들."